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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54 호 라부부·크라이베이비의 유행… 감정이 소비를 움직인다

  • 작성일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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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1260
이은민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 같은 캐릭터 인형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라부부는 다소 기괴하지만 귀여움을 자아내는 어글리 큐트(ugly-cute)의 매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라부부 한정판은 정가가 수만 원대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경매에서 수십 배의 가격으로 거래될 정도다. 뒤이어 등장한 크라이베이비는 커다란 눈망울과 볼에 맺힌 눈물을 통해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감정적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렇듯 외형적 특징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서적 요인이 소비자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정 마케팅'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캐릭터 인형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 인기 이유는?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 상품 이미지 (사진:https://www.gpkorea.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354)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의 인기는 단순한 캐릭터 열풍에 그치지 않는다. 두 캐릭터 모두 '감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를 사로잡고 있다. 라부부는 엉뚱한 외형 속에서도 친근함과 애정을 느끼게 했고, 크라이베이비는 눈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마음껏 울어도 된다."라는 메시지로 위로를 전했다. 이러한 정서적 요소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캐릭터 굿즈를 소유하는 과정에서 작은 위로와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캐릭터 인형의 인기 확산에는 유명인들의 인증과 후기의 영향도 있다. 여러 아이돌과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이 가진 라부부 인형이나 키링을 SNS에 공개하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되었고, 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따라 구매하고 인증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크라이베이비 역시 방송과 온라인 콘텐츠 속에 자주 등장하며 존재감을 넓혔다.


  또한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 역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가방이나 소지품에 캐릭터 키링을 다는 유행과 맞물려 인기를 얻었다. 키링을 활용한 굿즈는 젊은 세대가 자신만의 취향과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며,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 공유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은 '자기 위로형 소비'라는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이어졌다. 작은 인형이나 굿즈를 구매하는 행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닌 스스로의 감정을 위로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는 일반적인 캐릭터 인형을 넘어 젊은 세대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비와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가 되었다.


새로운 트렌드, 감정 마케팅


  라부부와 크라이베이비는 감정을 인형의 외형과 표정으로 드러낸 감정 마케팅의 사례이다. 소비자의 감정을 자극해 구매를 유도하는, 감정 마케팅은 비교적 최근에 각광 받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마케팅은 제품 자체의 기능이나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제는 소비자가 제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제품을 통해 얻는 ‘경험’에 더 가치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는 커피라는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주는 경험을 팔고 있다. 이런 ‘경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감정’이다. 경험에는 어떤 사건이나 활동만이 아니라, 그 경험을 하는 사람의 심리와 정서적인 반응이 같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감정은 경험의 필수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감정 마케팅은 소비자에게 좋은 감정을 자극하는 것만이 아니라 소비자가 자사의 브랜드와 소통하면서 느끼는 ‘전체 경험’에 들어가는 수많은 감정을 설계해야 한다. 그 설계 속에서 소비자가 브랜드에 느끼는 정서적 유대감이 커질 때, 브랜드 충성도가 올라간다.


한국에서 중요한 감정 마케팅


  감정 마케팅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감정 마케팅이 중요한데, 한국 문화가 ‘정(情)’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가족, 친구와의 소중한 추억, 친절한 이웃과의 교류 같은 정이 담긴 이야기가 광고에 많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또한 유독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문화적 특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을 선호하거나, 유명인이 추천하는 상품을 신뢰하며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문화가 발달하는 데에도 이러한 한국인들의 정서적 특징이 두드러지게 작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돌 전용 소통 애플리케이션 ‘bubble’이다. ‘bubble’은 아이돌과 팬이 채팅창에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교류할 수 있는 구독형 플랫폼으로,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 팬들은 답장을 받을 때 아이돌과 한층 가까워진 듯한 경험을 하는데, 이는 소통을 넘어 ‘나만을 위한 특별한 관계’라는 감정을 자극한다. 이러한 정서적 만족은 곧바로 소비 심리와 연결되어 bubble 구독 유지율을 높이고, 굿즈나 콘서트 같은 다른 소비로도 이어진다. bubble은 소통에서 오는 감정을 매개로 팬심을 강화하게 하는 사례이다.


  감정 마케팅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또 있다. 아이유 콘서트 전 좌석에는 방석이 있는데, 이는 굿즈가 아닌 팬의 편안함을 고려하는 감정적 배려이다. 가수 태연은 콘서트 테마를 고려해 향수를 만들고 콘서트장에 뿌린다. 후각은 기억과 감정을 자극하는 강력한 감각 중 하나이고, 향기 마케팅은 감정 마케팅의 한 유형이다. 태연은 향기도 기억해 주길 바라며 직접 어울리는 향을 고르고, 구역별로 다르게 만든다고 한다.


▲2018 태연 콘서트 굿즈 캔들(사진: https://www.scentlife.co.kr/archive/?bmode=view&idx=151133441)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팬을 위해 방석을 깔아주고, 직접 조향하는 것을 생각하며 팬들은 감동을 받는다. 방석은 콘서트가 끝나면 무료로 가져갈 수 있고, 콘서트장에 뿌린 향수는 굿즈로 판매하는데, 배려받은 순간이 기억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물건으로도 남아 팬들의 애정은 더 높아지게 된다.


제품에 담긴 감정과 스토리가 중요


  아무리 뛰어난 제품도 기술의 발전으로 경쟁사가 빠르게 따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단순히 성능이 좋은 제품만으로는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현재는 브랜드만의 철학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소비자의 감정을 이끌어 내고, 브랜드에 애정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일시적인 구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가 형성될 때, 장기적인 충성 고객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감정 마케팅은 단순한 홍보 전략을 넘어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치열한 경쟁 시장에서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기 때문에, 감정적 경험을 제공하는 브랜드가 더욱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오도연 기자, 조윤정 기자